“중요한 건 사고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보험은 예기치 못한 사고 앞에서 남겨진 가족을 지키는 장치지만, 실제 보험금 청구 단계에서는 사망 원인과 사고 성격을 두고 분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23년 어느 가을, 직원 A씨는 늦은 점심 식사 중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병원으로 옮겨져 이틀간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이후 A씨의 두 자녀는 회사가 임직원을 피보험자로 가입해둔 단체보험의 상해사망 보험금 1억원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지급을 거절했다.
쟁점은 단순히 보험금 액수가 아니라 이 사망이 질병사망인지 상해사망인지, 또 회사 업무와 관련된 재해로 볼 수 있는지에 있었다.
단체보험 보험금 1억 원, 왜 유족 청구가 막혔나

단체보험은 회사가 보험료를 내고 임직원을 피보험자로 가입하는 구조라 보험수익자 지정에 따라 보험금 귀속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보험사는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나는 사망진단서에 병사로 기재돼 있으므로 상해사망이 아니라는 주장이었고, 다른 하나는 식사 자리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해 보험금이 회사 쪽으로 가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A씨의 사망 경위를 보면 직접 사인은 저산소성 뇌손상이지만 그 앞선 원인은 음식물 흡인에 따른 질식으로 정리된다.
법원은 이 선행 원인을 기준으로 사고성을 살폈고, 단순한 질병 진행이 아니라 식사 중 음식물이 기도를 막은 돌발 사고라는 점에 무게를 뒀다.
업무상 재해 주장, 사장 결제만으로는 부족

보험사는 식사 자리에 사장이 있었고 식사비도 결제됐다는 점을 근거로 회사가 관리하거나 지배한 업무상 모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그 사정만으로 회사 주최의 공식 행사나 강제성이 있는 자리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식사 제안이 갑작스럽게 이뤄졌고 일부 직원만 참여했으며, 참석이 의무였다는 증거나 회사가 공식적으로 주관했다는 자료도 부족했다는 점이 고려됐다.
업무상 재해라는 보험사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회사 귀속 논리도 힘을 잃었다. 이 판단은 단체보험 분쟁에서 식사 자리의 성격을 볼 때 단순 참석자나 결제 주체보다 회사의 주최성, 강제성, 관리·지배 여부가 핵심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유족이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던 핵심 기준

법원은 A씨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으면서도 음식물 흡인 질식에 따른 상해사망으로 인정했고, 이에 따라 보험사는 A씨의 두 자녀에게 상해사망 보험금 1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봤다.
사망진단서에 병사라는 표현이 있더라도 실제 사망에 이르게 된 선행 원인이 무엇인지 따져봐야 하며, 이 사건처럼 음식물 질식이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이어진 경우에는 사고성과 원인관계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된다.
단체보험에서는 보험수익자 지정, 업무 외 사망 여부, 상해사망 해당 여부가 동시에 다툼이 될 수 있어 유족 입장에서는 사고 경위와 사망 원인을 단계별로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한세영 법무법인 한앤율 변호사의 설명처럼 유사한 분쟁에서는 진단서 문구만 볼 것이 아니라 음식물 흡인, 질식,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이어진 흐름과 식사 자리의 업무 관련성을 함께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