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전원을 어디서 확보할지가 핵심”

AI와 반도체 산업 확대, 전기차 충전 인프라 증가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커지는 가운데 신규 원전 후보부지가 새롭게 정리됐다. 6월 17일 신규원전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대형원전 2기 후보부지로 경북 영덕군을, 소형모듈원자로인 SMR 1기 후보부지로 부산 기장군을 선정했다.
두 사업이 계획대로 이어질 경우 영덕에는 한국형 APR1400 2기가 들어서 총 2.8GW 설비가 추가되고, 기장에는 0.7GW 규모 SMR 1기가 배치돼 신규 설비용량은 모두 3.5GW가 된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8년 최대전력이 129.3GW로 전망된 만큼, 정부와 사업자는 24시간 안정적으로 가동 가능한 전원을 확보하는 데 원전 역할을 다시 주목하고 있다.
다만 현재 단계는 후보부지 선정이며, 실제 건설 확정까지는 전원개발사업 예정구역 지정, 전략환경영향평가, 실시계획 승인, 원자력안전위원회 건설 허가 등 절차가 남아 있다.
영덕 91.01점, 주민 수용성이 만든 대형원전 후보지

대형원전 후보지 평가에서 영덕은 91.01점을 받아 울산 울주군 82.63점보다 앞섰다. 평가는 부지 적정성, 환경성, 건설 적합성, 주민 수용성 등 4개 항목으로 이뤄졌고, 영덕은 공모 기준보다 3배 이상 넓은 부지를 제시한 점과 군민 1400명 대상 여론조사에서 유치 찬성률 86%를 기록한 점이 강점으로 언급된다.
영덕은 2018년 천지원전 백지화 이후 약 8년 만에 다시 원전 후보지로 부상했으며, 이번에는 APR1400 2기, 1기당 1.4GW급 대형원전을 놓고 평가를 통과했다. 사업비는 약 12조 원으로 추산되지만 확정 금액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영덕 원전이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국내 대형원전 33번째와 34번째 호기로 이어질 수 있고, 상업운전 목표는 각각 2037년과 2038년으로 제시됐다. 핵심은 지역의 유치 의지와 넓은 부지, 그리고 장기 전력수급 계획이 맞물렸다는 점이다.
기장 SMR 87.11점, 기존 원전 인프라가 강점

SMR 후보부지에서는 부산 기장군이 87.11점을 받아 경북 경주시 84.56점을 2.55점 차이로 앞섰다. 기장은 기존 고리원전 인근이라는 입지적 특징을 갖고 있어 송전망과 운전·정비 인력, 원전 관련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평가 요인으로 제시됐다.
SMR은 핵심 설비를 모듈 단위로 공장에서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건설 기간과 비용 절감 기대가 함께 언급된다. 기장에 계획된 SMR 1기의 용량은 0.7GW이며, 국내 첫 상용 SMR 상업운전 목표는 2035년으로 잡혔다.
대형원전이 대규모 안정 전원 확보에 초점을 둔다면, SMR은 기존 인프라와 결합해 원전 기술 허브 역할을 넓히는 카드로 읽힌다. 물론 기장 역시 후보부지 단계에 머물러 있어 환경평가와 주민 수용 과정, 인허가 절차에 따라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
2031년 착공 목표, 전력계통 안정성의 시험대

정부와 사업자는 영덕 대형원전과 기장 SMR 모두 2031년경 착공을 목표로 두고 있으며, 이후 2035년 SMR, 2037년과 2038년 영덕 대형원전 상업운전을 바라보고 있다. 이번 후보지 선정은 탈원전 이후 원전 투자 시계가 다시 움직이는 장면으로도 해석된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출력 변동성이 있어 보완 전원이 필요하다는 점이 제기됐고, AI 데이터 처리와 반도체 생산, 전기차 충전 수요가 늘어날수록 대규모 안정 전원의 중요성도 커진다.
신규 3.5GW 설비가 계획대로 확보되면 2038년 최대전력 129.3GW 전망에 대응하는 전력계통 안정성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원전 건설은 후보지 선정만으로 끝나는 사업이 아니며, 전략환경영향평가와 실시계획 승인, 원자력안전위원회 건설 허가를 거쳐야 하는 장기 절차다.
영덕과 기장은 한국 전력수급 전략의 새 거점으로 떠올랐지만, 실제 원전 지도가 바뀌려면 인허가와 주민 수용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