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적 연장 막고, 대손 인정 문턱 세운다”

금융위원회가 10일 사전 예고한 금융기관 채권대손인정 업무세칙 개정안은 장기연체채권을 둘러싼 금융권의 반복적 소멸시효 연장 관행을 손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동안 금융회사는 통상 연체 최소 6개월 이후 추정손실로 분류되면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도 대손 인정을 신청할 수 있었고, 세제 혜택을 받은 뒤에도 시효연장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가 남아 있었다.
일반 기업은 법인세법상 회수하기 어려운 채권을 손실로 인정받으려면 소멸시효 완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금융회사 예외 구조가 문제로 지적돼 왔다.
특히 2003년 카드대란 이후 민간 배드뱅크 상록수와 연결된 장기 채무 문제가 20년 넘게 이어진 사례까지 부각되면서, 채무자 보호와 부실채권 정리라는 두 과제가 동시에 떠올랐다.
최초 소멸시효 도래 때 대손 인정 기준

개정안의 핵심은 연체 5년 이후 최초 소멸시효가 도래한 채권에 대해, 시효완성을 조건으로 대손 인정을 하겠다는 점이다.
은행과 보험사는 5000만 원 이하 연체채권이 우선 대상이고, 저축은행·상호금융·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은 3000만 원 이하 연체채권부터 적용된다.
금융회사가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장부상 손실로 분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멸시효 완성이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하므로, 관행적으로 시효를 연장하며 채무 부담을 장기간 유지하던 흐름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다만 채무자의 은닉 재산이 발견되거나 채무조정 등으로 시효 중단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적 연장이 가능하도록 여지를 남겼고, 금융권 건전성 관리 부담을 고려해 적용 범위도 운영 경과를 본 뒤 점진적으로 넓히는 방식이 제시됐다.
채권 매각 이후까지 의무 이행 점검 강화

이번 개정안은 금융회사가 대손 인정 채권을 외부에 매각하는 경우까지 관리 범위를 넓힌다는 점도 중요하다.
시효완성을 조건으로 대손 인정받은 채권을 매각할 때는 매각계약서에 소멸시효 완성 예정일과 시효완성 의무를 명시해야 하며, 양수인이 실제로 의무를 지키는지도 점검하고 보고하도록 할 계획이다.
채권이 매각된 뒤 관리 공백이 생기면 장기연체채권 정리 취지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금융회사 단계에서 끝나는 조치가 아니라 이후 추심 과정까지 책임을 묻는 구조로 옮겨가는 셈이다.
여기에 금융회사별 채무조정 실적, 채권 매각 주요 내용, 시효완성 실적을 보고·공시하는 시스템도 마련되며, 올해 상반기 실적부터 공시가 추진된다. 금융위는 7월 중 개정을 완료하고 9월 중 시행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채무자 보호의 무게 커진다

이번 변화는 장기연체채권을 무조건 없애는 조치라기보다, 회수 가능성이 낮은 빚을 세제 혜택까지 받으면서 반복적으로 연장해 온 구조를 바로잡는 데 가깝다.
금융회사에는 대손 인정이라는 세제상 이익을 주되, 그 조건을 소멸시효 완성과 연결해 연체채권을 적극적으로 정리하도록 유도하고, 채무자에게는 오랜 기간 이어지는 추심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은행·보험 5000만 원 이하, 저축은행·상호·여전 등 3000만 원 이하라는 한도는 전면 적용에 따른 부담을 피하기 위한 장치이며, 향후 운영 결과에 따라 확대 여부가 검토된다.
장기연체채권 문제는 금융회사 건전성, 채무자 재기, 채권 매각 시장의 투명성이 함께 얽힌 사안인 만큼, 이번 개정안은 시효연장 관행을 줄이고 공시를 통해 시장 감시를 높이는 방향으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