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000원 vs 동결”.. 자영업자 3명 중 1명은 이미 최저임금도 못 벌어

“인상 요구와 동결 요구 맞붙어”

폐업한 가게의 모습들
폐업한 가게의 모습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법정 시한을 앞두고 본격적인 충돌 국면에 들어섰다.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는 시급 1만200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고, 경영계는 올해와 같은 1만320원 동결안을 내놨다.

노동계 요구는 올해보다 16.3% 인상된 수준이며, 경영계는 누적된 인상 부담과 현장 수용성 한계를 이유로 더 이상 올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전국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4.0%가 현행 최저임금 월 환산액 215만6880원보다 낮은 월평균 소득을 올린다고 답했다.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단순히 노동자 임금 문제에 그치지 않고, 자영업자의 소득과 고용 여력, 가격 전가 부담까지 함께 흔드는 쟁점이 된 셈이다.

최저임금 월 환산액보다 적게 번다

자영업자
자영업자 / 사진=AI이미지

조사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자영업자 소득 수준이다. 월 40시간 근로 기준 현행 최저임금 월 환산액은 215만6880원으로 제시됐는데, 자영업자 응답자 중 34.0%는 월평균 소득이 이보다 낮다고 답했다.

소득 구간별로 보면 250만 원 이상 300만 원 미만은 19.8%, 최저임금 수준 이상 250만 원 미만은 17.0%, 350만 원 이상 400만 원 미만은 11.4%로 입력됐다. 올해 경영 상황이 지난해보다 악화됐다는 응답도 57.0%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업 66.3%, 숙박·음식점업 65.8%,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 58.2%, 운수 및 창고업 53.3% 순으로 경영 악화 응답이 높았다.

고환율과 고유가, 물가 상승, 내수 침체가 길어지는 가운데 인건비 부담까지 겹치면 일부 자영업자는 추가 고용은커녕 현재 인력 유지도 부담으로 느낄 수 있다.

동결 44.6%, 추가 고용 여력 없음 59.2%

최저임금 인상
최저임금 인상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영업자들이 생각하는 적정 최저임금 인상률도 경영계 주장에 힘을 싣는 자료로 제시됐다. 응답자의 44.6%는 동결이 적정하다고 봤고, 1-3% 미만 인상은 20.6%, 인하는 13.0%, 3-6% 미만 인상은 12.6%로 집계됐다.

현재 추가 고용 여력이 없다는 응답은 59.2%였고,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자영업자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86.0%에 이르렀다.

제도 개선 과제로는 현 경제 상황을 고려한 인상률 제한 24.3%,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 21.9%, 사용자 지불능력 등 결정 기준 보완 15.9%가 거론됐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올해 5월 전국 소상공인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에서도 현재 최저임금 지급이 큰 부담이라는 응답은 87.0%, 내년 최저임금 인하 또는 동결 응답은 98.5%로 입력됐다. 다만 이는 조사 응답 결과이므로 자영업자 전체의 공식 통계처럼 확대 해석할 수는 없다.

노동계는 생활 안정, 경영계는 지불 능력

2026년 최저임금 인상 요구
2026년 최저임금 인상 요구 / 사진=한국노총

노동계가 1만2000원을 요구한 배경에는 고유가와 고물가로 실질임금이 낮아지고, 저임금·취약계층의 생활 안정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있다. 노동자 소비 여력이 늘어나면 골목상권과 자영업자에게도 긍정적 효과가 돌아갈 수 있다는 상생 주장도 함께 제기된다.

반대로 경영계는 최저임금이 이미 중위임금 대비 62.2%로 국제적 적정 수준 상한으로 언급된 60%를 2.2%포인트 넘었고, 현장 수용성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본다.

최저임금 상승이 판매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다시 물가와 인건비 압박을 키우는 악순환, 키오스크와 무인화, AI 자동화 확대에 따른 임시직·일용직·미숙련 취약계층의 고용 기회 축소 우려도 제기됐다.

법정 심의 시한은 29일로 제시돼 노사 간 조율 시간이 많지 않다. 이번 심의의 관전 포인트는 1만2000원과 1만320원 사이의 숫자 싸움만이 아니라, 자영업자 지불 능력과 저임금 노동자 생활 안정이라는 두 기준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어떻게 함께 반영하느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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