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를 올려도 환율이 잡힌다는 보장은 없다”

원·달러 환율이 1554.9원에 마감하며 1600원 접근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1일 서울외국환중개 기준 정규장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5.5원 오른 1554.9원이었고, 장중에는 1559.2원까지 오르며 1560원을 위협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2009년 3월 5일 1568.0원 이후 약 17년 만의 높은 수준으로 제시되면서, 외환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보다 먼저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기대가 부각되고 있다.
다만 과거에도 한은이 연준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린 사례는 있었지만, 환율이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었다.
지금처럼 달러 강세와 한미 금리 역전, 엔화 약세, 외국인 주식 매도 흐름이 동시에 겹친 상황에서는 금리 인상 하나만으로 원화 약세가 곧바로 꺾인다고 보기 어렵다.
과거 세 번의 선제 인상은 결과가 달랐다

한국은행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올린 사례는 2002년, 2010년, 2021년으로 제시된다.
2002년 5월 한은이 선제 인상에 나섰을 때 원·달러 환율은 1280.1원에서 3개월 뒤 1208.3원으로 내려 5.6% 하락했고, 2010년 7월에도 1196.0원에서 1120.3원으로 6.3% 낮아졌다.
당시에는 연준이 금리 인하 국면에 있거나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를 유지하던 시기였고, 한국 금리가 미국보다 각각 2.5%포인트, 2.0%포인트 높았다는 점이 환율 안정에 힘을 보탠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2021년 8월 사례는 달랐다. 한은이 먼저 금리를 올렸음에도 환율은 1170.5원에서 3개월 뒤 1193.3원으로 2.0% 상승했다. 인플레이션과 테이퍼링, 미국 금리 인상 기대가 겹치면서 달러 강세 압력이 더 크게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한미 금리 역전이 가장 큰 제약

지금 외환시장 환경은 2002년이나 2010년보다는 2021년과 더 닮아 있다. 현재 한미 금리차는 미국 정책금리가 한국 기준금리보다 1.25%포인트 높은 역전 상태로 제시됐고, 한은이 이달 0.25%포인트를 올린다고 가정해도 미국 금리 우위는 1.0%포인트 남는다.
여기에 시장에서는 연준 추가 인상 가능성을 67%로 반영하고 있어, 한국의 선제 인상 기대만으로 달러 강세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엔화가 약 40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약세를 보이는 점도 원화에 부담이다. 아시아 통화 전반이 달러 대비 약해지는 분위기에서는 원화만 독립적으로 강해지기 어렵고, 외국인 주식 순매도가 이어지면 달러 수요도 계속 커질 수 있다.
한은의 금리 인상은 원화 방어 신호가 될 수 있지만, 환율 하락을 보장하는 단독 변수는 아니다.
1600원 우려를 낮추려면 달러부터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머무르고 1600원 상단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시장이 확인하려는 것은 한은의 대응뿐 아니라 연준의 긴축 기대가 언제 완화될지다.
미국 경기 둔화와 물가 안정 흐름이 확인되면 연준의 추가 긴축 부담이 줄고, 달러 강세가 누그러지면서 신흥국 통화의 위험선호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연준 인상 기대가 이어지고 엔화 약세와 외국인 매도까지 계속된다면, 한은이 0.25%포인트 인상에 나서더라도 환율 안정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과거 2002년과 2010년에는 한국 금리 우위와 달러 약세 환경이 환율 하락으로 연결됐지만, 2021년에는 미국 긴축 기대가 그 효과를 눌렀다.
지금 원·달러 환율의 방향도 결국 같은 질문으로 돌아간다. 한국은행이 먼저 움직이는 것만으로 충분한지, 아니면 달러 강세를 만든 미국 통화정책 기대가 함께 꺾여야 하는지가 하반기 외환시장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