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 曰, 한양 가까이에 살아라”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다시 부동산 시장의 시선을 끌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84㎡, 이른바 34평 평균 실거래가는 13억7710만원으로 집계됐고, 1년 만에 10% 이상 오른 수치가 제시되면서 서울과 비서울 시장의 온도 차이가 더 뚜렷해졌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과 지방 아파트 가격이 제자리걸음에 가까운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서울은 일자리와 교통, 생활 인프라가 집중된 지역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200년 전 다산 정약용이 두 아들 정학연과 정학유에게 남긴 한양 거주 조언이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오늘날의 서울 불패 인식과 조선시대 한양 중심성은 목적이 같다고 볼 수는 없지만, 사람과 정보, 교육과 기회가 모이는 곳을 중시했다는 점에서는 묘하게 겹쳐 보인다.
서울과 비서울로 갈라지는 부동산 시장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장면은 서울 아파트와 비서울 아파트의 흐름이 다르게 움직인다는 점이다.
서울 84㎡ 평균 실거래가가 올해 4월 13억7710만원에 이르며 1년 만에 10% 이상 오른 반면, 수도권 대부분 지역과 지방 아파트는 뚜렷한 상승세를 만들지 못한 것으로 제시됐다.
이 차이는 단순히 집값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주거 선호도, 일자리 접근성, 교통망, 생활 인프라가 어디에 몰려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상으로 읽힌다.
서울에 살면 더 많은 기회에 가까워진다는 인식이 강해질수록, 시장에서는 서울과 비서울을 구분해서 보는 흐름도 더 단단해진다.
그래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은 한 지역의 가격 변화에 그치지 않고, 교육과 직장, 생활 기반을 둘러싼 선택의 문제로 확장된다.
정약용이 말한 한양 도성 10리 안팎의 의미

정약용의 조언은 지금처럼 부동산 투자나 자산 상승을 노린 말이 아니었다. 정조 사망 이후 남인 세력이 위기에 놓였고, 신유박해를 거치며 셋째 형 정약종과 장남은 참수됐으며, 둘째 형 정약전과 정약용 본인은 유배길에 올랐다.
전라남도 강진 등에서 18년간 유배생활을 이어가던 정약용에게 두 아들의 앞날은 가문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가능성이었고, 그래서 그는 한양 도성 안 10리 안팎, 약 4km 범위 안에서 살아야 한다는 취지의 당부를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좋은 집터를 고르라는 의미보다 정치 동향과 학문적 흐름에서 멀어지지 말라는 현실적인 판단에 가까웠다. 지방 시골에 머물면 조용히 살 수는 있어도, 학자들과 교류하고 귀한 책을 접하며 지식인의 안목을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인서울 열풍과 다른 듯 닮은 입지의 본질

오늘날 서울 선호 현상을 정약용의 조언과 그대로 겹쳐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정약용이 말한 한양은 자산 증식의 무대라기보다 정치와 학문, 교육과 교류가 모이는 중심지였고, 두 아들이 폐족의 처지에서 다시 삶의 기반을 세우기 위한 현실적 선택지였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 84㎡ 평균 실거래가가 13억7710만원까지 오르고, 1년 만에 10% 이상 상승한 흐름이 보여주듯 현대의 서울 역시 일자리와 교육, 교통, 생활 인프라가 집중된 공간으로 받아들여진다.
과거 한양 가까이에 머물라는 조언이 가문 재기와 학문 교류를 위한 생존 전략이었다면, 오늘날 인서울 선호는 자녀 미래와 생활 편의, 재테크 관점까지 뒤섞인 입지 판단에 가깝다.
정약용의 조언이 지금 다시 언급되는 이유는 서울 집값이 계속 오른다는 단정 때문이 아니라, 시대가 달라도 기회가 모이는 공간을 둘러싼 사람들의 고민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