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가 주담대에서 기타대출로”

증시 호황과 맞물려 빚투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신용대출 관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9조 3000억 원 늘었고, 이 가운데 기타대출 증가액만 5조 3000억 원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4조 원을 넘어섰다.
한 달 전인 4월 가계대출 증가액 3조 5000억 원과 비교하면 지난달 증가폭은 약 3배 수준으로 커졌다. 특히 기타대출 증가 규모는 지난 2021년 7월 이후 최대 수준이고, 한도대출도 2조 6000억 원 증가해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이 투자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졌다.
다만 기타대출이 모두 빚투 자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사용처 확인이 어려운 신용성 대출이 급증했다는 점이 관리 부담을 키운 핵심이다.
신규 신용대출 한도 1억 원으로

은행권 대응은 신규 대출 한도 제한부터 시작됐다. KB국민은행은 오는 16일부터 신규 대출 신청분에 대해 마이너스통장 최대 한도를 5000만 원, 일반 신용대출 최대 한도를 1억 원으로 제한한다.
기존에는 연 소득 100%까지 신용대출이 가능했던 관행이 있었기 때문에, 연봉 1억5000만 원 차주라면 신규 한도 기준에서 5000만 원가량 줄어들 수 있다.
하나은행도 신규 신용대출 한도를 최대 1억 원으로 제한하고, 만기 연장 때 미사용 한도 감액을 강화하기 위해 예외 조항을 없애는 방향을 택했다. 이 조치는 연봉 1억 원을 넘는 고소득 차주에게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은행들이 대출 총량뿐 아니라 실제 사용되지 않은 잠재 한도까지 관리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신한은행은 오는 15일부터 일일 신용대출 접수량을 관리한다. 하루 신용대출 순증 기준을 넘으면 당일 대출 접수를 중단하고 다음 날 다시 여는 방식이라, 신청자가 몰릴 경우 대출 오픈런 가능성이 거론된다.
만기 연장 과정에서는 한도 3000만 원 초과 마이너스통장 중 사용률이 10% 미만인 경우 최대 20%까지 한도를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5000만 원 한도에서 500만 원 미만만 사용한 계좌라면 1000만 원이 감액돼 4000만 원 한도로 낮아질 수 있다.
NH농협은행은 15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우대금리를 0.2%포인트,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0.1%포인트 줄이며 대출 금리 하단을 높이는 방식으로 수요 억제에 나선다. BNK경남은행은 대출 비교 플랫폼 신용대출 신규 접수를 중단했고, 우리은행도 비대면 신용대출 갈아타기 신청을 멈춘 조치가 언급됐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건 가계부채 경고음 때문

이번 신용대출 조이기는 단순히 특정 은행의 영업 전략이 아니라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한 비상 관리 흐름에 가깝다. 금융당국은 관리 목표를 지키지 못하는 금융사에 대해 매주 관리 실적을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며 은행권에 압박을 높이고 있다.
문제는 기타대출이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처럼 사용처 제약이 낮은 자금을 포함하기 때문에 투자 목적 자금과 실수요 자금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미 최대한도의 마이너스통장을 보유한 차주의 한도를 줄이기 어렵고, 보험계약대출이나 예금담보대출처럼 기존 재원을 바탕으로 한 대출은 관리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지난달 기타대출이 주담대 증가분을 넘어섰고, 한도대출 증가가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당분간 은행권의 신용대출 한도 제한, 미사용 한도 감액, 우대금리 축소, 접수량 관리는 계속 중요한 변수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