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많지만 왜 안 쓸까”… 못 갚는 빚, 오래 안고 가는 이유

“제도에 들어가기 어려운 구조가 문제”

채무조정 제도 신청률 5.92%
채무조정 제도 신청률 5.92% / 사진=AI이미지

개인회생과 개인파산·면책,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처럼 장기 연체자를 위한 제도는 이미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채무자가 직접 서류를 준비하고 신청해야 해 고령이나 질병, 정보 부족으로 대응이 어려운 사람은 제도 밖에 남기 쉽다.

2025년 말 기준 전체 개인 연체채권은 319만 2,926건이었지만 금융회사 자체 채무조정을 요청한 건수는 18만 9,109건, 요청률은 5.92%에 그쳤다. 새도약기금은 이런 신청주의의 한계를 줄이기 위해 채무자의 별도 신청 없이 일정 요건의 장기연체채권을 매입해 심사하는 구조다.

대부업권 요청률은 0.72%

채무조정 신청
채무조정 신청 / 사진=AI이미지

개인회생과 개인파산·면책은 채무자가 소득과 재산 관련 서류를 준비해 법원에 직접 신청해야 한다.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과 신속채무조정, 사전채무조정도 본인이 신청하고 심사를 받는 방식이다.

2024년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 이후에는 원금 3,000만 원 미만 연체채권에 대해 금융회사에 자체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 요청률은 5.92%였고, 은행은 6.90%, 대부업권은 0.72%로 차이가 컸다.

제도가 있어도 정보를 알지 못하거나 서류를 준비하기 어렵다면 신청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경제활동을 중단했거나 질병을 앓는 채무자에게 직접 신청 방식은 더 큰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

상환기간 90.4-116.2개월

빚 독촉
빚 독촉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채무조정을 받아도 상환기간은 길어지는 흐름을 보였다. 개인워크아웃의 평균 상환기간은 2018년 78.8개월에서 2025년 90.4개월로 11.6개월 늘었다.

2025년 신속채무조정 평균 상환기간은 115개월, 사전채무조정은 116.2개월이었다. 채무를 정리하는 데 9년 안팎이 걸릴 수 있어 그동안 신용회복과 정상적인 금융거래 복귀도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상환기간만 늘리고 원금 부담이 충분히 조정되지 않으면 채무자는 오랜 기간 상환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소득과 부양 여건을 반영해 원금 감면과 상환기간을 함께 조정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는 이유다.

새도약기금은 신청 없이 채권을 매입

새도약기금 대상
새도약기금 대상 / 사진=AI이미지

새도약기금의 대상은 연체기간 7년 이상, 원금 5,000만 원 이하의 무담보채권이다. 금융회사가 보유한 해당 채권을 기금이 매입하기 때문에 채무자가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심사 대상에 들어갈 수 있다.

상반기 업무보고 기준 누적 매입 규모는 10조 4,000억 원, 대상 인원은 88만 5,000명이었다. 이 가운데 26만 9,000명의 채권 2조 2,583억 원은 이미 소각됐다.

다만 대상 요건을 충족한다고 해서 모든 채권이 자동으로 소각되는 것은 아니다. 상환능력 심사를 거쳐 소각이나 채무조정 여부가 결정되며, 8월 신용정보법 개정 시행 이후 추가 심사를 거쳐 4분기 중 추가 소각이 예정돼 있다.

채권을 없앤 뒤 경제활동 복귀까지 봐야

경제활동 복귀
경제활동 복귀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새도약기금은 신청하지 못해 장기간 연체 상태에 머무는 사람을 먼저 찾아낸다는 점에서 기존 제도와 다르다. 하지만 7년 미만 연체자와 원금 5,000만 원 초과 채무자, 담보채권 보유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들은 여전히 개인회생과 파산·면책,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등 기존 신청주의 제도에 의존해야 한다. 의무 안내와 자동 연계를 강화해 장기연체로 굳어지기 전에 제도와 연결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정책 성과는 매입하거나 소각한 채권 규모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채무조정 이후 재연체율과 재취업률, 소득 회복, 정상 금융권 복귀 여부를 함께 추적해야 실제 재기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개미금융의 정리

장기연체자 구제의 가장 큰 빈틈은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취약채무자가 직접 찾아가 신청해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새도약기금은 신청 없이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일부 보완하지만, 7년·5000만원·무담보라는 대상 기준 밖에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남아있죠.

채권 소각 실적뿐 아니라 이후 소득 회복과 재취업, 정상 금융거래 복귀까지 확인해야 제도의 성과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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